2020. 4. 16. 14:33ㆍADHD 일기
열심히 쓴 글이 날라갔다,, 완전 삘 받아서 쓴 글이었는데 ,,!
내가 정신과에 찾아가게 된 이유는 일상생활이 너무 불편해서 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불편함을 느꼈던 증상은 아래와 같다.
- 집중이 너무 어렵다. 뭔가를 시작->딴생각이 남->궁금한게생김->검색해봄->할일을 잊어버리고 잠념의 흐름대로 사고가 흘러감->한참 뒤에 딴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음->다시 집중하려고 노력함 -> 무한반복
- 사람들 말귀를 잘 못알아듣는다. 찾아보니 '청각난독증'이라는게 딱 나를 표현한 것 같았음.
- 미루는 것이 너무 심하다. 하루종일 할 일을 켜두고 결국은 마감시간에 겨우 맞추는 경우가 대다수다
- 마감에 맞추면 또 감지덕지지.. 할 일을 하다가 마무리를 눈 앞에 두고 포기를 해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
- 좋아하는 일을 하면 과몰입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함.. 하지만 이 마저도 마무리가 너무 힘들다.
- 사소한 것에 너무 집착한다. 그것에 신경쓰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긴다.
- 하루종일 산만하고 허둥지둥한다.. 급한 상황도 아닌데 혼자 우왕좌왕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쏟는다. 남들이 이런 내 모습을 발견할까봐 일부러 점잖은척 하려고 하는데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등등?
근데 이거 다들 고민하고 걱정하는 부분이잖아.
모두들 하기 싫은 걸 미루는 자신의 모습을 답답해하고 집중하지 못해서 스스로와 씨름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시작하다보니 내가 정말 성인ADHD가 맞는지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다들 힘들어하면서도 노력하는 부분인데 나는 정신질환 핑계를 대면서 나의 부족함을 정당화하려는건 아닐까? CAT검사 결과도 저하라고 나오긴 했지만 내가 약을 먹고 싶어서 일부러 검사에 엉망진창으로 답한건 아닐까?
내가 그냥 의지가 부족한거 아닐까? 내가 ADHD가 아니면 어떡하지??...
괜한 걱정이라는걸 알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계속 불편했다. 이런 생각과 감정을 심리학과 친구에게 말했더니 친구가 큰일날 소리 한다며 혼을 냈다. 불편해서 병원을 갔고, 10만원짜리 검사를 했고, 결과가 ADHD로 나왔고 약물도 효과가 있다고 하지 않았냐고.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상용화하는 검사를 몇번 선택을 잘못한다고 의도대로 결과가 나올리도 없고 질환이 없는데 약을 먹으면 조증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는데 나는 지금 도움이 된다고 하지 않았냐고.
내가 뇌파 검사도 받고 싶다고 했더니 이미 확실한 결과를 가지고 의심하느라 돈낭비하지 말라며 혼났다ㅋㅋㅋㅋㅋㅋ
마음의 짐을 조금 덜은 채로 정신과에 재방문했고 나의 쓸데없는 의심에 대해 이야기했다.
의사쌤의 대답은 친구의 대답과 흡사했다. 내가 ADHD가 아니라면 콘서타의 효과를 보지 못했을 것.
뇌 발달에 문제가 없다면 약효를 별로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가끔 학구열이 심한 동네에서는 공부 집중력을 늘리려고 학생들한테 콘서타를 복용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ADHD환자가 느끼는 효과와는 다르고 카페인이 강한 커피?를 마신 정도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반면 ADHD환자들이 느끼는 약 효과는 '스위치를 끄고 켜는 듯한 느낌'이라고 한다.
나는 아직 그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약의 효과를 확실히 보고 있다. 다시 그 산만한 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다.
머릿속 잡념이 많이 사라졌고 미디어매체나 SNS에 대한 중독성이 적어졌고 침착한 느낌을 받고 있다. 앞으로 용량을 조절하면서 나에게 맞는 정도를 찾으면 더 많은 효과를 볼 수 있겠지.
결국 나는 ADHD가 맞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의심을 하나. 약간 스스로가 우습기도 하지만 어찌됐건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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