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2. 17:33ㆍADHD 일기
4일차
약효가 도는 시간을 잘 이용하자..
전날에 약효가 너무 없기도 했지만 밤에 자소서를 쓰려고 하니 미쳐팔짝뛰겠는 것.. 이걸 언제 완성하냐.. 진짜 끝이 보이지 않는다.. 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2시간 만에 완성하고 제출했다.
콘서타가 기적적인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닌데.. 내 마음속의 의지를 쉽게 꺾이지 않게 도와주는 느낌이다.
그동안 내가 성인ADHD를 가지고서 이렇게 잘 살아왔다는 건.. 나의 오리지날 의지력이 얼마나 강했을까 싶다. 계획을 지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했고, 꾸준하고 건강하고 건전한 생활을 유지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매일 계획하려고 노력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해왔다. 나에게 부지런하고 열심히 산다고 신기해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하지만 콘서타를 먹은 후에,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예전보다 수월해진 것을 느끼면서 나의 매일매일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큰 도전이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뭔가 허망하면서 스스로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5일차
생리 터짐 ^^ ㅎㅏ 빡 친 다 ~~~~~
3일차부터 약효가 왜이렇게 안도나 정말 의문스러웠는데 생리 때문이었냐 ㅋㅋㅋㅋ....
그래도 주의력은 나름 괜찮아져서 허둥지둥하지 않았고 간단한 일을 수행할 때(ex.외출 준비 등) 골똘히 생각하지 않아도 어떤 순서로 준비해야할지 떠오르고 행동할 수 있다.
애인과 데이트를 했는데 쉽게 피곤해지지 않으니 상대방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사실 그동안 진지하게 대화를 해도 자꾸만 다른 생각이 나거나 시선이 분산돼서 집중이 힘들었는데.. 내가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은 것인가 성찰도 많이 하고 자책도 많이 했었다ㅠㅠ 하지만 지금은 상대방의 얼굴과 표정이 또렷하게 보이고 말하는 내용에 집중이 잘 되어서 너무 좋다. 역시 연애는 건강해야 잘 돼 ~~
약 2시간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데이트하고 빡시게 철봉 운동하고 밥 해먹고 뒷정리하고 다시 대중교통 이용. 피곤하긴 했지만 하기 싫어서 삐대거나 쳐져있지 않았다. 순간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삶의 질이 너무 많아 올라간다 ! ㅠㅠ
호르몬 때문인지 콘서타 36mg를 먹은 첫날처럼 세상이 또렷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겪어왔던 축축 쳐져서 아무것도 못했던 생리 기간을 생각해보면.. 오늘의 실천력은 비교도 안되게 월등히 좋았다.
p.s. 그렇다고 생리통이 줄어들진 않음. 여전히 죽음 그 자체.
6일차
생리통 때문에 웅크려서 한시간 동안 흐느끼다가 겨우 일어났다. 오늘도 콘서타 복용 후 약효가 든다는 느낌은 없음. 며칠전 느꼈던 또렷한 느낌도 없음. 책이 읽고 싶어서 손에 들긴 했는데 잘 읽히지 않았다.
다행인건, 시간이 훅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거나 허둥지둥하진 않는다는 것.
공부를 하려고 책을 폈는데 거실에 틀어놓은 음악을 들으며 생각했다. (엄마의 흥겨운 일상을 위해 애플 뮤직 틀어놓음) Apple이 플레이리스트를 매일 업데이트를 한다는데, 그건 어떤 직무를 맡은 사람이 하는걸까? 업무 분장에 적혀있는거겠지? 전문가가 주 업무로 맡는걸까 아니면 인턴같은 사람들이 무작위로 걸려서 하는 잡일일까? 음악 선곡이 애플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무래도 이미지를 중요시하니까 음악 선곡에도 철저하겠지? 내가 좆소기업에서 잡일로 SNS관리를 했던게 생각나네.. 크리스마스 때는 BGM선곡도 했었지..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혼나고.. 개새끼들 내 직무는 직무대로 시켜먹고 내가 마케터인지 디자이너인지 리서처인지 콜센터인지 ㅋㅋㅋ 이런 좆소 개많겠지? 나같은 인재를...부들.. 퇴사하길 잘하긴 했는데.. 아 나는 과연 취업할 수 있는걸까? 오 오늘 잡생각이 절대 끊어지지가 않네,, 이거 오늘 티스토리에 적으면 좋겠다 근데 나중되면 까먹겠지? 메모해야하나?
눈동자는 책을 향하고 있는데 책에 있는 글자가 도저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다섯시가 되니까 졸음이 오기 시작함. 아... (심한 욕)
빡쳐서 6일차 일기는 여기서 마무리.
낼 병원간다.

<콘서타 36mg 복용6일 + 산도스 5mg 정리>
1. 1~2일차에 확실하게 효과 봄.
- 세상이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 심지어 눈으로 본 세상의 테두리가 선명해진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 활자가 잘 읽힌다. 문장이 알아서 분리되어서 눈에 들어온다.
- 잡생각이 안든다. 잡생각이 들면 쉽게 떨쳐낼 수 있다.
- 집중력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1시간은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 공부할 수 있음. (시계는 계속 봄..)
2. 3~6일차 효과 덜함. 지난주에 먹었던 콘서타18mg 복용 때보다 약효가 약간 덜했다.
- 단순작업을 할 때,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하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 (3일차에는 이마저도 안됐음)
- 웬만해선 지친다는 느낌이 들지 않음.
-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약효가 미미했다는 뜻ㅠ..)
3. 4일차에 정혈 터짐 (Fx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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